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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글리세릴포스포릴콜린(Alpha-Glycerylphosphorylcholine), 통칭 알파-GPC(Alpha-GPC)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콜린 화합물이자, 높은 생체이용률을 자랑하는 콜린의 전구체이다.1 이 물질은 학습, 기억, 집중력 등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누트로픽(nootropic)' 보충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근력 및 파워 출력을 증진시키는 '에르고제닉(ergogenic)' 보조제로도 각광받고 있다.3 알파-GPC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효율적으로 통과하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합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함으로써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러한 긍정적인 효능을 바탕으로 알파-GPC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고, 뇌졸중 후 회복을 돕는 신경 보호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왔다.5 유럽 일부 국가와 대한민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뇌 기능 장애 환자에게 처방되기도 한다.8 그러나 이처럼 뇌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알파-GPC의 명성은 2021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로 인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이 연구는 알파-GPC를 장기간 복용한 50세 이상 성인에서 향후 10년간 뇌졸중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했다.10
이 연구 결과는 학계와 대중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에서는 뇌졸중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이 다른 한편에서는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모순적인 상황, 이른바 '콜린 패러독스(Choline Paradox)'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했다. 본 보고서는 이처럼 상충되는 두 가지 서사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알파-GPC의 다각적인 생화학적 작용 기전을 면밀히 탐구하고, 뇌졸중 위험 증가와 신경 보호 효과를 주장하는 상반된 역학 연구들의 방법론적 차이를 비교 분석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 중 하나인 600mg 용량 복용 시의 구체적인 부작용 프로파일을 임상 데이터를 통해 검토하고, 현재의 규제 동향을 종합하여 알파-GPC의 위험-편익 균형에 대한 최종적인 전문가적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알파-GPC가 인체, 특히 중추신경계와 근육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일한 경로가 아닌 여러 생화학적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 핵심은 아세틸콜린 생성 촉진에 있지만, 세포 구조 유지와 다양한 신호 전달 경로 조절에도 관여하며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알파-GPC의 가장 잘 알려진 핵심 작용 기전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h)의 전구체로서 기능하는 것이다.1 경구 섭취된 알파-GPC는 혈액으로 흡수된 후, 지질 꼬리 구조 덕분에 뇌의 방어막인 뇌혈관장벽(BBB)을 효과적으로 통과한다.3 뇌 안으로 들어온 알파-GPC는 대사 과정을 통해 콜린과 글리세로인산(glycerophosphate)으로 분해된다. 여기서 분리된 콜린은 아세틸콜린 합성의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5
아세틸콜린은 기억 형성, 학습 능력, 집중력 유지, 근육 조절 등 광범위한 인지 및 신체 기능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1 특히 기억을 관장하는 뇌 영역인 해마(hippocampus)에서 아세틸콜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4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서는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 콜린성 뉴런의 손실이 초기부터 나타나는데, 알파-GPC는 이러한 콜린성 시스템의 기능 저하를 보완하는 치료적 접근의 근거가 된다.6
알파-GPC의 역할은 단순히 아세틸콜린의 원료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신경세포의 구조적 건강과 다른 신호 전달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다중 모드(multi-modal) 작용제로서의 특성을 보인다.
첫째, 알파-GPC는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 PC)의 전구체로 작용한다.2 포스파티딜콜린은 신경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인지질이다. 따라서 알파-GPC는 신경세포막의 합성, 복구, 유동성 유지에 기여하여 신경세포의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신호 전달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4 이는 단순한 신경전달물질 보충을 넘어, 신경계의 하드웨어 자체를 보수하고 강화하는 효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연구에 따르면 알파-GPC는 다른 신경 전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의 방출을 촉진하고, 세포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인산화효소 C(Protein Kinase C, PKC)의 활성을 강화하며,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고,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s)의 발현을 상향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5 이러한 작용들은 알파-GPC가 단순한 콜린 공급원을 넘어 뇌의 전반적인 건강과 가소성(plasticity)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알파-GPC의 신경 보호 및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아세틸콜린 증가라는 단일 기전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전달물질의 '연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신경세포막이라는 '엔진'을 수리하고, GABA 및 PKC와 같은 다른 '조절 시스템'을 튜닝하는 총체적인 신경대사(neurometabolic) 작용제로서의 역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다각적 기전은 왜 알파-GPC가 콜린 결핍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신경세포 손상을 동반하는 치매나 뇌졸중 후유증 같은 복잡한 병태생리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알파-GPC는 중추신경계를 넘어 말초신경계와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운동 수행 능력 향상에 기여한다. 격렬한 운동 중에는 체내 콜린 수치가 감소할 수 있는데, 이는 신경근 접합부(neuromuscular junction)에서의 신호 전달 효율을 떨어뜨려 피로를 유발하고 근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알파-GPC 보충은 운동으로 인한 콜린 수치 감소를 방지하여 신경-근육 기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13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알파-GPC가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분비를 촉진하고, 특히 저항성 운동 시 최대 파워 출력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관찰되었다.2 이는 알파-GPC가 뇌 기능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대사 및 호르몬 조절에도 관여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알파-GPC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뇌졸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가지 상반된 연구 결과에 있다. 한쪽에서는 장기 복용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뇌졸중 후 회복을 돕고 심지어 특정 환자군에서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주장의 근거가 되는 연구들을 면밀히 비교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생물학적 기전을 파헤쳐야 한다.
2021년 발표된 이 연구는 알파-GPC와 뇌졸중 위험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12
Lee 등의 연구가 제기한 통계적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유력한 생물학적 가설은 알파-GPC 자체가 아닌, 장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대사산물 '트리메틸아민 N-산화물(Trimethylamine N-oxide, TMAO)'과 관련이 있다.11
TMAO 생성 경로는 다음과 같다:
문제는 혈중 TMAO 수치가 높아질 경우, 혈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서 TMAO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을 촉진하고 혈전(thrombosis) 생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TMAO는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예: NF−κB, MAPK 신호 전달 경로 활성화), 혈소판의 응집력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혈액이 쉽게 굳게 만드는 '혈소판 과잉반응성(platelet hyper-responsiveness)'을 유발한다.19 이는 결국 혈관을 좁히고 혈전으로 막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TMAO 가설은 동물 실험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2021년 Wang 등이 발표한 쥐 실험 연구에서는, 고지혈증을 유발한 쥐에게 알파-GPC를 식이 보충한 결과 죽상동맥경화 병변이 악화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와 혈중 TMAO 수치의 증가가 동반되었다.19 이 연구는 알파-GPC 섭취가 장내 미생물-TMAO 경로를 통해 혈관 질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전적 증거를 제시하며 Lee 등의 코호트 연구 결과에 힘을 실어주었다.
Lee 등의 연구 결과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또 다른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2024년 발표되면서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14
Kim 등의 연구 결과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이전부터 수많은 전임상 및 임상 연구에서 알파-GPC가 뇌혈관 질환, 특히 뇌졸중과 같은 급성 허혈성 손상 상황에서 신경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는 증거가 축적되어 왔다.7
실제로 알파-GPC는 급성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TIA) 후 인지 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23 여러 연구를 종합한 한 메타분석에서는 알파-GPC가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 기능과 회복을 개선했다고 결론 내렸다.26 이러한 보호 효과의 기전으로는 항염증 작용, 허혈로 인한 신경세포 사멸 억제, 신경세포 생성(neurogenesis) 촉진, 그리고 뇌혈관과 신경세포의 기능적 단위인 신경혈관단위(neurovascular unit)의 기능 지원 등이 제시된다.5
그렇다면 어떻게 동일한 물질이 한 연구에서는 뇌졸중 위험을 높이고, 다른 연구에서는 낮출 수 있는가? 이 '알파-GPC 패러독스'는 연구 결과의 오류라기보다는, 알파-GPC가 가진 양면성이 대상자의 기저 건강 상태(baseline health status)라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상반된 두 연구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연구 대상 집단이다. Lee 등의 연구는 뇌 기능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일반 고령층을 대상으로 했다. 이 집단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진단되지 않은 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예방' 또는 '건강 증진' 목적의 장기 복용 상황에서는, 알파-GPC의 미미한 인지 기능 향상 효과보다는 장내 미생물을 통해 매개되는 TMAO의 만성적이고 점진적인 혈관 손상 효과가 10년이라는 장기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즉, 건강한 사람에게는 잠재적 이득보다 잠재적 위험이 더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반면, Kim 등의 연구는 이미 뇌 기능 저하(MCI)라는 명확한 질병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알파-GPC는 단순한 보충제가 아닌 '치료제'로서 기능한다. 활동성 신경 퇴행과 혈관 손상이 진행 중인 뇌 환경에서는, 알파-GPC의 강력한 신경 보호, 항염증, 콜린 보충 효과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치료적 효과가 뇌의 전반적인 건강과 회복탄력성을 증진시켜, TMAO가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혈관 위험을 압도하고 오히려 추가적인 혈관 사고(뇌졸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알파-GPC의 효과는 복용자의 신경 및 혈관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 의존적(context-dependent)' 특성을 보인다. 건강한 일반인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혈관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이미 뇌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는 신경을 보호하고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연구의 비교는 아래 표 1에 요약되어 있다.
표 1. 알파-GPC와 뇌졸중 위험에 대한 주요 한국 코호트 연구 비교
| 특징 | Lee et al. (JAMA Network Open, 2021) | Kim et al. (JPAD, 2024) |
|---|---|---|
| 연구 설계 |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 |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 |
| 연구 대상 | 50세 이상 일반 성인 (뇌졸중/알츠하이머 이력 없음) | 경도인지장애(MCI)로 진단받은 환자 |
| 표본 크기 | 약 1,200만 명 | 약 50만 명 |
| 주요 평가 변수 | 10년 내 뇌졸중 발생 | 치매로의 전환 및 뇌졸중 발생 |
| 뇌졸중 위험에 대한 핵심 결과 | 위험 46% 증가 (aHR=1.46) | 위험 유의미하게 감소 (치매 미진행 환자군) |
| 제시된 기전/해석 | TMAO 경로를 통한 죽상동맥경화 및 혈전 생성 촉진 | 신경 보호, 항염증, 콜린성 기능 강화 효과 |
| 연구의 한계 | 후향적 설계로 인한 인과관계 증명 불가, 처방 데이터 기반 | 후향적 설계, MCI 환자군에 국한된 결과 |
알파-GPC의 잠재적 위험과 이점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실제 사용자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특정 용량에서의 안전성이다. 특히 인지 기능 향상 및 운동 능력 증진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600mg 용량의 부작용 프로파일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기 및 중기(최대 6개월) 임상 연구에서 알파-GPC는 일일 1,200mg에 이르는 치료적 용량에서도 전반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1 보고된 부작용의 대부분은 경미하고 일시적인 경향을 보인다.23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주목할 점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 투여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0.7%로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알파-GPC가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음을 시사한다.23
일일 600mg 용량은 특히 운동 수행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었다.4 이 용량에서의 안전성을 직접적으로 평가한 연구 데이터는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에서는 다양한 용량의 알파-GPC를 급성으로 투여한 후 부작용을 관찰했다.32 이 연구에서 보고된 이상 반응에는 메스꺼움, 구토, 두통, 실신 전 어지러움(presyncope)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총 이상 반응 발생 건수가 위약 그룹(5건), 저용량 그룹(5건), 고용량 그룹(3건)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상 반응을 경험한 피험자의 비율 역시 고용량 그룹에서 20명 중 2명(10%)으로, 위약 그룹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32 이는 건강한 젊은 남성이 600mg 용량을 단기간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 프로파일이 위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부작용은 고용량에서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일일 300-1,200mg 범위는 단기적으로 안전한 용량으로 간주된다.4
단기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우수한 내약성 프로파일과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 앞서 논의된 Lee 등의 코호트 연구는 알파-GPC의 장기 복용이 TMAO를 매개로 한 누적적인 심혈관계 위험, 특히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20
이러한 우려는 동물 실험 및 시험관(in-vitro) 연구에서도 일부 뒷받침된다. 쥐 실험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촉진 가능성이, 시험관 연구에서는 매우 높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장 세포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23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정보의 단절을 발견하게 된다. 600mg 용량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간의 임상시험이다. 반면, 안전성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연구는 50세 이상의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10년간의 장기 관찰 연구이다. 대학생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6일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60세 성인이 '뇌 건강'을 위해 수년간 매일 600mg을 복용하는 것의 안전성을 예측할 수는 없다.
단기 시험에서 확인된 '안전성'은 급성 내약성에 국한된 것이며, 죽상동맥경화나 뇌졸중과 같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질환의 위험을 평가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잠재적 사용자는 알파-GPC의 단기적 부작용 프로파일과 장기적 혈관 질환 위험 가능성을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 아래 표 2는 보고된 부작용을 용량 및 연구 맥락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표 2. 알파-GPC의 보고된 부작용 요약 (용량 및 연구 맥락별)
| 용량 | 연구 대상 / 맥락 | 기간 | 보고된 부작용 | 빈도 / 심각도 | 출처 |
|---|---|---|---|---|---|
| 600mg (단회) | 건강한 저항 운동 남성 | 단회 투여 | 메스꺼움, 구토, 두통, 어지러움 | 위약군과 유의미한 차이 없음 / 경증-중등도 | 32 |
| 1,200mg/일 (400mg x 3회) |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 6개월 | 변비, 신경과민, 불면, 위통, 안절부절 | 경미함 / 약 8.3%에서 발생 | 6 |
| 1,000mg/일 (근육주사 후 경구) | 뇌졸중/TIA 환자 | 약 6개월 | 속쓰림(0.7%), 메스꺼움/구토(0.5%), 불면/흥분(0.4%), 두통(0.2%) | 경미함 / 전체 이상반응률 2.14% | 23 |
| 일반/미지정 | 일반 사용자 (보충제) | 장기 관찰 | 뇌졸중 (허혈성/출혈성), 설사, 피부 발진, 혼란 | 위험 46% 증가 (10년 추적) / 기타 부작용은 경미함 | 10 |
알파-GPC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각국 규제 기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대규모 연구들이 수행된 대한민국의 규제 동향은 알파-GPC의 현재 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알파-GPC가 건강보조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라는 성분명으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8 과거에는 뇌 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널리 처방되었으나, 그 효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는 2021년부터 대규모 임상 재평가를 명령했다.35
제약사들은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에서의 보조요법' 등 허가된 적응증에 대해 2025년까지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35 만약 유효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해당 약물의 시장 퇴출은 물론 과거 건강보험 급여액의 일부를 환수당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품목 허가를 철회하고 있는 실정이다.38 이러한 강력한 규제 압박은 알파-GPC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현재까지 축적된 상충되는 증거들을 종합할 때, 알파-GPC의 복용 결정은 지극히 개인화된 위험-편익 평가에 기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 진단과 자가 처방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 복용을 고려한다면, 상충되는 연구 결과와 개인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알파-GPC는 명백히 '양날의 검(two-edged sword)'과 같은 특성을 지닌 화합물이다.40 한쪽 날은 아세틸콜린과 세포막 구성 요소의 전구체로서, 특정 신경학적 질환 상태에서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신경을 보호하는 치료적 잠재력을 보여준다. 다른 쪽 날은 장내 미생물 대사를 통해 혈관 건강에 해로운 TMAO를 생성하여, 장기적으로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여기서 과학적 엄밀함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Lee 등의 연구가 제시한 뇌졸중 위험 증가는 강력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association)'이지, 확정된 '인과관계(causation)'는 아니라는 것이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의 본질적 한계로 인해, 관찰된 연관성이 다른 교란 변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TMAO 경로는 이 연관성을 설명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기전적 가설이지만, 보충제로 섭취한 알파-GPC가 이 경로를 통해 인간에게서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의 최종 증명은 향후 진행될 대규모, 장기간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s)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계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가 없는 일반 고령층을 대상으로 알파-GPC의 장기적 '뇌 건강' 증진 효과와 심혈관계 안전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전향적 RCT를 수행하여 이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현재의 복잡하고 상충되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알파-GPC의 복용 결정은 잠재적 이득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신중하고 개인화된 평가를 요구한다. 특히 뚜렷한 의학적 필요 없이 단순히 인지 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대중에게는, 보다 명확한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그 사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경 보호제로서의 밝은 가능성 이면에 드리워진 혈관 질환의 그림자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중요한 경고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