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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느낀다'는 단순해 보이는 행위를 해부함으로써 전체 논의의 기초적인 틀을 확립하고자 한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외부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이 아니라, 뇌에 의해 정교하게 구성된 결과물임을 보임으로써, 외부 자극과 그것에 대한 우리의 내적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명확히 할 것이다.
우리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생물학적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감각(sensation)'으로, 감각 기관과 신경계가 환경으로부터 원초적인 자극 에너지(예: 망막에 부딪히는 빛, 고막을 진동시키는 음파)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1 두 번째는 '지각(perception)'으로, 뇌가 이렇게 수집된 감각 정보를 체계화하고 해석하여 의미 있는 사물이나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1 즉, 우리의 뇌는 단순히 빛의 점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굴'이나 '컵'으로 인식한다.
이 지각 과정은 선택, 조직화, 해석이라는 세 가지 단계를 포함한다. 뇌는 주의력, 경험, 필요에 따라 수많은 자극 중 일부를 걸러내어 선택하고(selection), 게슈탈트(Gestalt) 이론과 같은 원리에 따라 자극들을 의미 있는 그룹으로 묶으며(organization), 최종적으로 기존의 지식과 기대를 바탕으로 그 의미를 부여한다(interpretation).4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외부 세계의 복사본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최선의 추론 결과물인 셈이다.5
그렇다면 우리는 왜 원자를 '느끼지' 못하는가? 이는 근본적으로 규모와 신호 강도의 문제다. 개별 원자 하나는 너무나 작고, 그것이 단일 신경 말단과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힘은 뇌가 감각으로 등록할 만한 신경 신호를 촉발시키기 위한 '최소식별차이(minimum threshold)'를 넘어서지 못한다.6 우리가 어떤 물체의 표면을 만질 때 느끼는 '촉감'은 단일 원자가 아닌, 수조 개의 원자들이 집단적으로 발휘하는 전자기적 반발력을 뇌가 해석한 결과물이다.4
뇌가 수동적인 수신기가 아닌 능동적인 해석자라는 개념을 확장하면, 뇌가 외부의 감각적 입력 없이도 지각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이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보고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먼저 '착각(illusion)'과 '환각(hallucination)'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착각은 실제로 존재하는 외부 자극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방의 옷걸이를 사람의 그림자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반면 환각은 외부 자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지각하는 현상이다.7 밝게 불이 켜진 텅 빈 방에서 사람의 형체를 보는 것이 환각에 해당한다.
환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뇌 자체의 활동으로 생성되는 실제적인 지각 경험이다. 이는 뇌 손상, 특정 약물, 감각 차단, 극심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7 뇌의 내부 활동만으로 외부 사건에 의해 야기된 지각과 주관적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귀신의 존재를 느낀다'—형체를 보거나, 목소리를 듣거나, 차가운 기운을 느끼는—는 주관적 경험은 복합적인 환각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미약한 신호 속에서도 패턴을 찾고 행위자(agent)를 탐지하도록 고도로 진화했는데, 이 시스템이 때때로 오작동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지적 존재를 '지각'하게 만들 수 있다.4
이 지점에서 우리는 원자의 실재성과 귀신의 실재성 사이의 인식론적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본 보고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구분이다.
원자의 실재성은 우리가 그것을 직접 '느끼기' 때문에 확립된 것이 아니다. 원자의 존재는 화학 반응, 브라운 운동에서부터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을 통한 직접적인 영상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고 상호 교차 검증되는 간접적이지만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하며, 정량적인 증거의 그물망을 통해 확증된다.10 이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다.
반면, 귀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전적으로 개인의 주관적 지각 경험에 기반한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다.13 이러한 경험은 당사자에게는 매우 강력하고 실제적이지만, 통제된 환경에서 제3자에 의해 객관적으로 검증되거나 재현될 수 없다.14
핵심적인 차이는 이것이다: 원자의 존재는 특정 개인의 주관적 상태와 무관하게 과학적 방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이다. 반면 귀신의 존재는 주관적 상태에 근거하여 주장되는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주관적 상태(지각 경험)는 외부의 원인을 상정하지 않고도 이미 알려진 뇌의 기능만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귀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을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며, 신경과학은 후자에 대해 이미 강력한 설명 체계를 제공한다.
이제 사용자의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하나의 물리학 문제로 다루어 보자. 만약 귀신이 특정한 입자로 구성된 물리적 실체라면, 그 입자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 모형을 기준으로, '귀신 입자'가 마주할 거대한 이론적 난제들을 탐구할 것이다.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들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중력 제외)을 놀라울 정도의 정밀도로 설명하는 이론이다.15 이 모형은 우주의 물질적 실재에 대한 검증된 목록과 같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페르미온(fermions)**이며, 이들은 다시 **쿼크(quarks)**와 **렙톤(leptons)**으로 나뉜다.16 쿼크에는 여섯 종류(업, 다운, 참, 스트레인지, 톱, 보톰)가 있고, 렙톤에도 여섯 종류(전자, 뮤온, 타우, 그리고 각각에 해당하는 중성미자)가 있다.16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보통 물질(양성자, 중성자, 원자 등)은 업 쿼크, 다운 쿼크,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18
자연계의 힘은 **보손(bosons)**이라는 입자에 의해 매개된다. 전자기력은 광자(photon), 강한 핵력은 글루온(gluon), 약한 핵력은 W와 Z 보손이 매개하며, 힉스 보손(Higgs boson)은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한다.16 표준 모형이 예측한 모든 입자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따라서 새롭게 제안되는 입자는 왜 이 모든 정밀한 실험들을 피해갈 수 있었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 표 1: 기본 입자의 표준 모형 | |||
|---|---|---|---|
| A. 페르미온 (물질 입자, 스핀 ) | |||
| 종류 | 1세대 | 2세대 | 3세대 |
| 쿼크 | 업 (u), 다운 (d) | 참 (c), 스트레인지 (s) | 톱 (t), 보톰 (b) |
| 렙톤 | 전자 (), 전자 중성미자 () | 뮤온 (), 뮤온 중성미자 () | 타우 (), 타우 중성미자 () |
| B. 보손 (힘 매개 입자) | |||
| 종류 | 입자명 | 매개하는 힘 | 스핀 |
| 게이지 보손 | 광자 () | 전자기력 | 1 |
| 글루온 (g) | 강력 | 1 | |
| W$^\pm$, Z 보손 | 약력 | 1 | |
| 스칼라 보손 | 힉스 보손 (H) | (질량 부여) | 0 |
'귀신 입자'가 존재하기 위해 가져야 할 속성들을 분석하면, 이것이 왜 표준 모형에 들어맞을 수 없는지 명확해진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상호작용의 역설(Interaction Paradox)**이다. 귀신은 벽이나 문과 같은 고체를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귀신 입자가 물질의 구조를 유지하는 강한 핵력이나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귀신이 사람에게 보이거나(광자 수용), 들리거나(공기 압력 전달), 느껴지려면(신경세포 자극), 반드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과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해야만 한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즉, 귀신 입자는 벽돌과는 상호작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신경계와는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성질은 알려진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암흑 물질(dark matter)과도 다르다. 암흑 물질 역시 전자기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미지의 물질로 추정되지만, 그 존재는 은하의 회전 속도와 같은 거시적인 중력 효과를 통해 일관되게 추론된다.20 과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혹시 약한 핵력을 통해 보통 물질과 드물게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대한 검출기로 그 흔적을 찾고 있다.22 암흑 물질은 '상호작용하지 않는' 물질인 반면, 귀신 입자는 '역설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물질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귀신 입자'는 표준 모형에 알려진 어떤 쿼크, 렙톤, 보손도 될 수 없다. 그것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어야 하며, 벽과 인간의 망막을 구분할 수 있는 미지의 새로운 힘을 통해 상호작용해야 한다. 이는 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주장이다.
귀신이 생전의 기억과 의식을 유지한다는 가설은 더 심각한 물리적 난관에 부딪힌다. 이 문제는 입자물리학을 넘어 정보 이론과 열역학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현대 신경과학에서 기억은 특정 물질이 아니라 과정이다. 기억은 뇌 속 뉴런(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 즉 시냅스(synapse)가 강화되거나 새로 형성되면서 물리적으로 암호화된다. 이렇게 기억을 저장하는 뉴런들의 네트워크를 '엔그램(engram)'이라고 부른다.25 하나의 복잡한 기억은 수많은 시냅스 연결의 특정 패턴으로 저장되며, 의식은 수십억 개 뉴런들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창발적(emergent) 현상으로 이해된다.5
물리학은 정보와 에너지 사이에 근본적인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랜다우어의 원리(Landauer's principle)'에 따르면, 1비트의 정보를 삭제하는(되돌릴 수 없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주위에 방출하며, 이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유발한다.30 정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처리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 인간의 평생에 걸친 기억과 복잡한 의식이라는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려면 천문학적인 수의 비트가 필요하다. 이 정보를 뇌와 같이 고도로 조직화되고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구조 없이,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는 입자들의 분산된 구름 형태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과 정보 이론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 및 정보 처리 메커니즘이 없는 고립된 정보 시스템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빠르게 결맞음(decoherence)을 잃고 정보가 무질서하게 흩어지게 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이론에서 실천으로 초점을 옮긴다. 과학은 인간의 감각을 넘어서는 것들을 어떻게 '보는가'? 만약 귀신 입자가 존재하고 우리와 상호작용한다면, 왜 우리의 가장 정밀한 과학 장비는 그것을 탐지하지 못하는가? 여기서는 원자를 탐지하는 검증된 방법과 귀신 탐지의 지속적인 실패를 대조하며, 과학적 증거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것이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의 원리를 살펴보는 것은 과학이 어떻게 인간의 지각을 양자 영역까지 확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STM은 빛으로 원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대신,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한다.11
원리적으로, 원자 하나 크기로 매우 뾰족하게 만든 금속 탐침(tip)을 전도성 시료 표면에 극도로 가깝게 접근시킨다. 이때 탐침과 시료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고전역학적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진공의 장벽을 전자들이 확률적으로 '터널링'하여 통과하면서 미세한 전류(터널링 전류)가 흐르게 된다.10
이 터널링 전류의 크기는 탐침과 표면 원자 사이의 거리에 지수적으로 민감하게 변한다. 따라서 탐침을 표면 위에서 스캔하면서, 터널링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탐침의 높낮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그 높낮이의 변화를 기록하여 표면의 원자적 요철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11 이것은 원자 규모에서의 '촉각'과 유사하지만, 잘 알려진 전자기 상호작용과 양자역학에 기반한 간접적이고, 정량적이며, 재현 가능한 측정 방식이다.
만약 귀신 입자가 인간의 감각기관과 상호작용하여 인지될 수 있다면, 그것은 논리적으로 과학 장비와도 상호작용해야 한다. 그러한 상호작용이 전혀 탐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존재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 된다.
어떤 입자가 '느껴지기' 위해서는 우리 세계의 물질과 에너지 또는 운동량을 교환해야 한다. 이러한 교환은 정의상 탐지 가능한 물리적 사건이다. 현재 지구는 전 세계에 걸쳐 구축된 초고감도 탐지기 네트워크에 의해 지속적으로 감시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와 같은 입자 가속기,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되어 희귀하고 약한 상호작용을 포착하도록 설계된 암흑 물질 검출기 22, 그리고 거대한 중성미자 관측소 등이 모두 새로운 입자의 흔적을 찾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이러한 탐색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어떤 실험에서도 '귀신 입자'에 해당하는 일관되고 재현 가능한 신호가 기록된 적이 없다. 이 '거대한 침묵'은 증거의 부재가 아니라, '부재의 증거(evidence of absence)'로서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만약 그런 입자가 존재한다면, 그 상호작용이 너무나도 미약해서 인간의 신경계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을 정도여야 함을 시사한다. 즉, 인간에게 인지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최첨단 장비에는 탐지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자의 존재를 지지하는 증거와 귀신의 존재를 지지하는 증거는 그 종류와 질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 증거는 경험적이고, 재현 가능하며, 통제된 실험을 통해 얻어지고, 통계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 특징을 갖는다. 그 증거의 강도는 그것을 얻기 위해 사용된 과학적 방법의 엄격함에 기초한다.34 반면, 일화적 증거는 "내가 귀신을 봤다"와 같은 개인적인 증언이나 개별 사례에 의존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재현이 불가능하며, 확증 편향과 같은 인지적 편향이나 '거짓 원인(post hoc ergo propter hoc)'과 같은 논리적 오류에 매우 취약하다.13
일화가 과학적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험담만으로는 환각, 착각, 오인과 같은 대안적 설명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 경험이 보편적인 현상인지 특수한 사례인지 판단할 수 없다.14 과학은 체계적인 반증 시도를 이겨내는 증거를 요구한다.
| 표 2: 증거 기준의 비교 | |
|---|---|
| 평가 기준 | 과학적 증거 |
| 객관성 | 높음 - 관찰자의 주관을 배제하도록 설계됨 |
| 재현성 | 높음 - 독립적인 연구자가 동일 조건에서 검증 가능해야 함 |
| 통제 | 높음 - 변수를 통제하여 인과 관계를 명확히 함 |
| 반증 가능성 | 필수적 -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할 방법이 존재함 |
| 편향에 대한 취약성 | 낮음 - 동료 심사, 맹검법 등으로 편향을 최소화함 |
| 예측력 | 높음 - 검증된 이론은 미래의 현상을 예측하는 데 사용됨 |
| 주장의 근거 | 체계적 데이터, 통계적 분석 |
마지막 분석 파트에서는 과학철학의 도구를 사용하여 무엇이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명확히 구분하고자 한다.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칼 포퍼(Karl Popper)의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 원리를 '귀신 가설'에 적용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에 대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할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는 어떤 이론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반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 이론은 그것이 원리적으로 틀렸다고 증명될 수 있을 때에만 과학적이다.37 과학적 이론은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는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는다. 만약 그 예측이 관찰이나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으면, 그 이론은 반증된다.39
이는 과학과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포퍼가 보기에 마르크스주의 역사 이론이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같은 일부 이론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설명해낼 수 있을 만큼 유연하여, 결코 반증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38 "모든 백조는 희다"는 과학적 진술이다.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 진술은 반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이지 않는 영혼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비과학적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혹은 일어나지 않든 그 원인을 영혼의 탓으로 돌릴 수 있어,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할 명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38
"귀신은 존재한다"는 막연한 주장을 어떻게 시험 가능하고, 따라서 과학적인 가설로 변환할 수 있을까?
이제 이 주장은 시험 가능해졌다. 만약 명시된 조건 하에서 실험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신호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이 가설은 반증된다.39 과학은 이처럼 틀린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초자연적 주장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처럼 반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반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는 순간, 그것은 제2부와 제3부에서 논의된 압도적인 반대 증거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용자의 마지막 질문인,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귀신 입자일 가능성에 대해 답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그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은 핵물리학의 이론적 개념으로, 특정 양성자와 중성자 조합을 갖는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s)들이 주변 원소들보다 훨씬 긴 반감기를 가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42 그러나 여기서 '길다'는 것은 상대적인 의미다. 가장 낙관적인 예측조차도 이 원소들의 반감기를 수 분, 수 일, 혹은 기껏해야 수 년 정도로 예상할 뿐, 영원한 존재를 가정하지 않는다.44 현재까지 인공적으로 합성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오가네손(원자번호 118번)의 반감기는 1밀리초(0.001초)도 채 되지 않는다.42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물리적 속성이다. 만약 미발견 원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무거운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 '원자'일 것이다. 이는 엄청나게 밀도가 높고, 극심한 방사선을 내뿜으며, 전자기력과 강력으로 주변 물질과 매우 강하게 상호작용할 것이다. 이는 물질을 통과하는 비물질적이고 상호작용이 없는 귀신의 속성과는 정반대다. 따라서 귀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을 확률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42
본 보고서의 분석을 종합하여, 인간 지식의 대상으로서 원자와 귀신을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비교하고, 과학적 방법론의 힘을 재확인하며 결론을 맺는다.
원자와 귀신은 둘 다 우리의 직접적인 감각 너머에 존재하지만, 인식론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한다.
원자는 엄격하고, 공개적이며, 자기 교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론, 즉 과학을 통해 그 실재성이 검증된 개념이다. 우리는 원자를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세계에 미치는 일관되고 측정 가능한 효과들을 통해 그 존재를 확신한다.
귀신은 주관적이고, 사적이며, 반증 불가능한 개인적 경험에 뿌리를 둔 개념이다. 그 실재성은 특정 개인의 지각에 근거하여 주장되지만, 그 지각 경험 자체는 이미 알려진 뇌의 내적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자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규모'의 문제이지만, 그 존재는 간접적으로 명확히 증명된다. 반면, 귀신 현상은 '증명의 부재'가 가장 큰 특징이며, 그 경험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뇌의 현상과 일치한다.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증거와 주장 방식을 혼동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사용자의 질문을 기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소중한 시도로 평가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지적 탐구의 본질이다.
최종적인 결론은, 과학이 '귀신을 보았다'는 주관적 경험 자체를 반증할 수는 없지만, '귀신 입자'와 같은 외부 실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물리적 우주와 정신 현상을 설명하는 압도적으로 강력하고 일관된 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과 주관적으로 인식되는 것 사이의 복잡한 영역을 항해하는 데 있어, 과학적 방법은 여전히 인류가 가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남아있다.